나는 눈을 감고 있지만, 어딘가를 본다.
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, 내면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한다.
나는 고요히 앉아 있지만, 세상은 내 안에서 쉼 없이 움직인다.
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, 이름 붙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. 의식.
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생각, 감정, 감각을 경험한다.
햇빛이 따뜻하다는 느낌,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,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…
그 모든 경험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, ‘느낌’이다.
그리고 이 느낌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의식이다.
하지만 이 익숙한 존재는 가장 낯선 존재이기도 하다.
과학은 뇌의 구조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지만,
아직도 ‘의식이 어떻게 생겨나는가’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.
뇌의 전기 신호가 어떻게 ‘고통’이나 ‘기쁨’이 되는지,
왜 나는 나로 존재하고, 당신은 당신으로 존재하는지
이 단순한 물음은 너무도 복잡하다.
어쩌면 의식은, 단순히 정보의 총합이 아닐지도 모른다.
기억을 복제하고, 뇌를 디지털화한다고 해서
그 안에 있는 ‘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나’까지 옮겨갈 수 있을까?
불교에서는 자아는 환상이며, 의식은 끊임없이 변하는 흐름이라고 말한다.
그 말이 맞는다면,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존재다.
‘나’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,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다.
그렇다면 ‘의식’이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,
계속해서 묻고 살아가야 할 질문인지도 모른다.
나는 왜 이 세계를 이렇게 느끼는가?
내 안에서 흐르는 이 자각은 어디에서 왔는가?
오늘도 나는 묻는다.
그리고 이렇게 묻고 있는 나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,
나는 다시 한번 확신한다.
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.